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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페서, 학자의 탈을 쓴 정치 브로커

만기쌤 2025. 4. 30. 10:00

폴리페서와 포퓰리즘,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진실

“외상이면 사돈집 소도 잡아먹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속담은, 본래 아무리 귀한 것이라도 당장 필요하거나 급할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이 말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정치의 단면을 예리하게 찌르고 있다. 외상이면 뭐든 되는 세상, 미래는 나중 문제라는 생각. 이 사고방식이 사회와 정치를 좀먹고 있다면?

이 글은 바로 그 이야기를 하려 한다. 겉으로는 민주주의의 형식을 갖추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중의 감정만 자극하는 선동과, 학자라는 탈을 쓰고 정치에 기생하는 폴리페서의 실체, 그리고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풀어보고자 한다.

포퓰리즘, 감정에 휘둘리는 정치

포퓰리즘이란 ‘대중의 뜻을 따르는 정치’라고 포장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래를 위한 계획보다는 ‘지금 당장’의 만족을 위해 정책을 쏟아내는 방식이다. 선심성 정책, 무분별한 복지 확대, 현실과 동떨어진 약속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치가 반복될수록 사회는 퇴보하고,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이러한 포퓰리즘의 폐해는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불만이 누적되거나 소득 격차가 심화될수록, 국민들은 냉철한 분석보다 감정에 기댄 정치인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제 이 포퓰리즘이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경제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약점을 노리는 정치 전략이기 때문이다.

폴리페서, 학자의 탈을 쓴 정치 브로커

여기에 더해지는 문제가 바로 ‘폴리페서’다. 폴리페서는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어로, 학문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교수가 특정 정권이나 정치 세력에 편승해 이익을 얻는 현상을 말한다. 이들은 이론적으로 포장된 말을 앞세워 대중을 설득하고, 언론에 자주 등장해 마치 진실을 말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입’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담론이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토론은 사라지고, 진영 논리에 갇힌 선동이 판을 친다. 학문의 자유가 아니라 정치의 도구가 되는 순간, 폴리페서는 지성사회의 실패를 상징한다.

중우정치, 고대 철학자의 경고가 현실로

이런 상황을 고대 철학자들은 이미 경고한 바 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 그리고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가 타락하면 ‘중우정치’로 전락한다고 말한 바 있다. 중우정치는 말 그대로 '어리석은 다수의 정치'다. 다수가 항상 옳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며, 감정과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대중이 국가를 이끄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했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중우정치의 결과는 비극이었다. 독일의 히틀러가 그랬고, 오늘날 필리핀과 남미 일부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감정에만 호소하는 정치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우리는 반복해서 보고 있다.

우리 사회의 '끼리끼리' 카르텔

여기에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끼리끼리 문화’가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뭉쳐진 소위 ‘카르텔’이 정치와 행정, 교육, 언론까지 곳곳에 퍼져 있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평범한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고, 정의와 공정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은연중에 용인되는 사회에서, 실력보다는 인맥이 중시되고, 그 결과 사회 전체가 병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몰랐을까?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정말 이 모든 걸 몰랐던 걸까? 아니면 알고도 외면했을까? 글을 마무리하며, 가수 최현의 노래 ‘당신은 몰라’가 떠오른다. 그는 이미 10년 넘게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감성적 메시지는 여전히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정서와 닿아 있다. 어쩌면 그는 알면서도 말하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정말로 몰랐던 걸까.

정치와 사회는 복잡하지만, 결국 인간의 본성과 선택의 문제다. 우리는 어떤 정치인을 선택하고, 어떤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어떤 가치에 투표할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포퓰리즘과 폴리페서를 넘어서기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마무리하며

이 글은 현재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조금 더 성숙한 시민으로서 어떤 시선과 태도를 가져야 할지를 묻고 있다. 단순한 정치 비판이 아니라, 우리가 반복되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이런 내용을 보다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다룬 전자책으로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불편하더라도, 그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진실을 바로 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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